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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역사소설 정기룡] 제 1부 등불이 흐르는 강

<제 18회> 제 2장 또 하나의 참사.6

기사입력 2021-03-29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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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8회>
제 2장 또 하나의 참사.6 

 

무수는 말을 섞을 기분이 나지 않았다. 혼자 있고 싶었다. 사내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중얼거렸다.

하늘이 장차 그 사람에게 큰 소임을 맡기려 할 때에는 먼저 그 마음과 뜻을 괴롭히고, 근력과 뼈를 수고스럽게 하며, 몸과 살을 굶주리게 하고, 그 처지와 처신을 궁핍하게 하며, 그 하고자 하는 일마다 어긋나고 어지럽게 하여서 그가 마침내 이러한 것들을 참고 견디어 내도록 한 연후에야 비로소 그가 감당해내지 못하였던 것을 능히 이루도록 하는 것이다.”

무수는 사내가 앵무새처럼 끊임없이 반복해서 외는 통에 저도 모르게 구절구절 떠올라 어느 새 따라하게 되었다.

어떠냐?”

뭐가요?”

앞으로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꼭 외도록 하거라.”

무수는 사내의 정체가 궁금하였다.

뭘 하는 분이셨어요?”

예전이 뭐가 중요하겠느냐. 지금 뭘 하고 있느냐가 중요한 거지.”

무수가 감옥에 갇힌 뒤로 김씨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아들을 구명하기 위해 물에 떠내려간 아이들의 집집마다 발품을 팔며 빌고 다녔다. 하지만 자식의 시신조차 못 찾은 부모들은 갖은 면박에 폭행까지 서슴지 않았다.

김씨는 이마가 찢어지고 입술이 부르튼 얼굴로 진주여각으로 강세정을 찾아갔다. 지쳐서 말도 나오지 않았다. 강세정은 찡그리며 돌아앉았다. 김씨는 가지고 온 보자기를 내밀었다.

호장 어른, 제가 모아 놓은 재물이 이게 다이옵니다. 제발 우리 무수 좀 살려주시어요.”

알았네. 그만 가보게.”

김씨가 돌아가자 애복이가 애원을 하였다. 세상없는 외동딸이건만 강세정은 여느 때와는 다르게 일언지하에 호통을 쳤다. 애복이는 어머니 최씨에게도 매달렸다. 하지만 최씨도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었다. 엎드려 우는 애복이의 등을 쓰다듬을 뿐이었다.

안타까운 일이다만, 그 아이는 이제 그만 잊거라.”

진주목사 권순이 무수를 취조하였다. 강물이 불어 정자가 무너지고, 또 그 속에 있던 아이들이 다 강물에 떠내려가 죽은 것에 무수의 책임이 얼마나 있느냐 하는 것이 요점이었다. 유일한 증인은 순치였지만, 그는 아무 것도 모른다고 하여 증인으로 삼을 수도 없게 되었다.

권순은 무수를 처분하기가 애매해졌다. 아이들의 죽음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바가 없고, 또 그 자리에 있지도 않아서였다. 다만, 무수가 먹을 것을 가지러 정자를 떠나면서 아이들에게 무슨 말을 했는가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하였다.

무조건 그 자리에 있으라고 하였다면 무수가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나, 혹시라도 위험해지면 그 자리를 떠나라고 하였다면 무수에게 죄를 물을 수 없게 되는 일이었다. 권순은 초초에 그칠 일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날을 가려 갱초를 할 것이다.”

강세정은 남몰래 순치의 집으로 가서 그의 부모를 만났다. 부모는 순치를 불러 모종의 당부를 하였다.

다 우리 집안을 위한 일이다.”

순치는 하는 수 없이 강세정이 내놓은 공초에 손도장을 찍었다. 강세정은 한 번 더 다짐을 두었다.

누가 찾아오더라고 함구해야 하느니.”

애복이도 순치를 찾아갔다.

대장이 죽게 생겼잖아. 사실대로 증언을 해 줘. ?”

난 아무 것도 몰라.”

순치는 애복이의 간절한 애원을 외면하였다. 애복이는 하는 수 없이 저라도 증언을 하려고 마음먹었다. 강세정이 무거운 음성으로 일렀다.

네가 나설 일이 아니다. 입도 벙긋하지 말거라.”

강세정은 아내 최씨와 함께 애복이를 멀리 창원에 있는 외가로 보내버렸다.

친정에서 꼼짝 말고 저 아이를 데리고 있으시오. 여기 일이 다 마무리되면 부를 것이오.”

목사 권순은 무수를 갱초하기에 앞서 호장 강세정을 불렀다.

민심의 동향이 어떠한가?”

그 아이를 처벌하지 않으면 안 될 분위기이옵니다.”

그렇다면 처분을 어찌했으면 좋겠는가?”

강세정은 무수를 애복이와 단단히 떼어 놓을 작정을 하고 있던 터였다.

소인이 알아보니, 무수 그 아이는 곤양에 있을 때에도 산굴이 무너진 일로 옥에 갇혔다가 곤양군수께서 정상을 크게 참작하여 무죄 방면한 일이 있사옵니다. 그 뒤로 우리 진주로 이거해 와서 은인자중해야 할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일 년도 안 되어 이번과 같은 참혹한 일이 일어났사옵니다. 비록 아이이기는 하오나, 무듬실 고을의 여러 집안에서 통곡 소리가 그치지 않고 있으니 엄히 다스리옵소서.”

마침내 판결이 내려졌다. 목사 권순은 무수에게 아이들이 죽은 죄를 크게 물어 관노로서 종사할 것을 명령하였다. 무죄 처분이 내려질 줄 알았던 김씨는 그 자리에서 실신을 하여 쓰러졌다.

강세정은 힐긋 돌아보더니,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아뢰었다.

사또, 수일 전에 합포 절도영에서 우리 관아로 요청해 오기를, 여분의 머슴아이가 있으면 보내 달라고 하였사옵니다.”

그러면 잘되었군. 저 아이를 그리로 보내도록 하라.”

(다음에 이어서 매주 월요일 연재 됩니다.)

(작가 소개)

하용준 작가는 대구 출신으로 현재 경북 상주에 거주하고 있으며 소설가 겸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중견 작가이다.

 

장편소설 유기(留記)’를 비롯하여 다수의 장편. 단편소설, , 동화 등을 발표하였다.

 

장편소설고래소녀 울치‘2013년 문화체육관광부 최우수 도서‘2013년 올해의 청소년 도서에 동시 선정되었다.

 

시집 ()’‘2015년 세종도서 문학나눔에 선정되었으며 제1회 문창문학상을 수상했다.




(참고 자료 : 관련기사)
http://www.sminews.co.kr/front/news/view.do?articleId=ARTICLE_00016586

상주문경매일신문 (smi370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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